잔디깎기

 

1. 잔디밭 관리

서울에 살 때는 일년에 한 두번 친구들이랑 양평에서 바베큐 파티 하면서, 그림같은 전원주택에서 매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잔디는 스스로 예쁘게 자라서, 알아서 파아랗게 그림을 만들어주는 줄 알았습니다. 어쩌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고나서, 상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는 생각외로 컸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일은 잔디밭 관리였습니다.

2. 잔디깎기 시기:

6월 1일날 올해 들어서 세번째로 잔디를 깎았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어지럽게 자라있습니다. 10년이 다 된 잔디밭이다 보니 곳곳에 다양한 잡초들도 참 많이 나있습니다. 게다가 잔디밭이 고양이들의 놀이터다보니 남들이 사용하는 잡초제거제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뽑거나, 잔디깎기로만 관리를 하다보니, 곳곳에서 바람타고 날라온 잡초의 종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3. 잔디깎기 기계:

더 무덥기전에 아침 일찍, 인터넷에서 20만 정도 주고 산 보쉬 잔디깎기 기계 등장시켰습니다. 깎인 잔디를 담아주는 보관통이 커서 한번 작동시키면 오래동안 끌고 다닐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게다가 몸통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많이 가볍다보니 여자인 제가 끌고 다니기에도 아주 적당한 무게입니다.

4. 돌 주의:

작은 연못 주위에 잡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면도기 하듯이 시원하게 쑥쑥 깎아보겠습니다. 덥고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깎고나서 깨끗하고 시원해진 잔디밭을 보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작은 연못에는 하얀 수련이 피는데, 지금은 잠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연못에는 비단개구리와 미꾸라지도 살고 있습니다. 미꾸라지가 모기유충을 잡아 먹기에, 연못에 미꾸라지를 넣어주면 좋습니다. 아빠가 말씀하시기를 미꾸라지를 넣어준 이후로 모기 개체수가 훨씬 줄어든 것 같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밖에 한번만 나가면 기본으로 8, 9방 물렸는데, 지금은 2,3방 밖에 안 물립니다. ㅎㅎ

사진상에서는 큰 차이가 잘 안 보입니다. 그렇지만 눈앞에서 쓱쓱 밀리는 잡초를 보면 참 홀가분해집니다. 연못 주위 큰 돌 옆의 잡초는 나중에 손으로 직접 제거해줘야 합니다. 잔디깎기의 칼날이 돌에 닿으면 많이 무뎌지므로, 큰 돌은 피해가면서 깎아줍니다.

5. 잔디길이:

전원생활 초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전원생활 고수인 주인님은, 제 손이 느리다고 야단칩니다. 빨랑빨랑 일하고 간식이나 내놓으라고 호통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미국 같은 경우는 잔디가 12센치 넘으면 빨리 깎으라고 동사무소같은 곳에서 경고장이 날라온다고 합니다. 저희 집에는 냥아치들이 빨리 깎으라고 독촉하고 있습니다. 안 그러면 솜방망이로 때릴 지도 모릅니다.

 

6. 칼날 바로 잡아주기:

위이잉 두둑, 기계에서 비명 지르는 소리가 나서 보니, 자갈에 걸렸습니다. 이미 휘어진 칼날이 더 휘어진듯 하여 아빠를 불렀습니다. 임시로 펜치로 칼날을 펴고 나서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자갈에 칼날이 많이 무더져 올해까지만 사용하고 내년에는 칼날만 교체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끝:

1시간 정도 걸려서 기본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깨끗하게 정돈 된 지금의 이 잔디밭 모습이 제가 전에 가끔 내려올때 봤던 그 그림같은 풍경입니다.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그 잔디밭 말입니다. 그때는 모르고 예쁘게 보였고, 지금은 알고 예쁘게 보입니다.

작은 주인님이 어슬렁 거리면서 잔디가 잘 깎엿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점점 햇살이 따가워지고, 저도 온몸이 땀으르 흠뻑 젖었습니다. 다음 잔디깎기 까지 천천히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전원생활 초보의 시골 삶이 또 하루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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