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높은 곳을 좋아할까요?

 

댕댕이한테는 푹신한 방석 혹은 집이 필요하지만, 고양이한테는 캣타워가 필요합니다. 캣타워가 있어도 냉장고나 선반 위로 뛰어오르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은, 늘 높은 곳을 점령한 주인님들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고양이는 대체 왜 그럴까요? 왜 높은 곳을 좋아하고, 왜 나무를 오를까요?

고양이의 나무 타기


1. 고양이는 공간을 수직으로 느낀다.

집사가 사는 집이 아무리 넓어도, 고양이는 공간을 평면으로 느끼지 않고 수직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 넓은 방에 수직적인 물체, 즉 고양이가 올라갈만한 수직적인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실은 자기가 엄청 좁은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고양이는 의자위, 소파위, 침대위, 냉장고위, 선반위, 바닥하고 수직적인 거리감이 있는 공간이면 최대한 올라가고자 합니다.

집사님들의 방이 실제로 좁더라도, 고양이가 올라갈만한 높은 캣타워, 혹은 캣타워를 대신할 냉장고 하나만 있더라도, 집사님의 고양이는 충분히 넓은 집에서 행복하게 지낸다고 생각할겁니다. 그러니까 고양이를 위한 타워를 만들어주시면 좋습니다.

정원냥 혹은 마당냥, 또는 밖에 사는 길냥이들은 캣타워 대신 나무를 탑니다. 더 높은 나무일수록 고양이한테는 더 고급 빌딩이므로 더 신나게 탈겁니다. 저희집 정원냥이들은 정원에 나무가 많다보니 이나무 저나무 갈아타면서 즐깁니다. 사람으로 치면 고급 빌딩을 여러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부자냥입니다.

2. 높은 곳에서 사냥감을 노린다.

사냥감이나 주변 등을 탐색하기 좋아하는 야생의 본능입니다. 높은 곳을 점령하고 내려다보는 느낌, 어쩌면 우월감, 또 어쩌면 누구보다도 멀리, 누구보다도 먼저,  누구보다도 넓게 탐색하고 미리 예견할 수 있는 그런 위치, 사람도 그런 위치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더 많이, 권력도 더 높이, 명예도 더 높은, 그런 곳의 위치에 서 있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다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할 수 있습니다. 캣타워를 타면 됩니다. 나무를 타면 됩니다. 냉장고 위로 뛰어오르면 됩니다. 고양이들은 그 높은 곳에서 자기 발밑의 집사 또는 댕댕이 또는 마당의 들쥐의 움직임을 탐색하면서, 오늘 저녁엔 어떤 간식을 먹을까 하는 여유를 즐길 겁니다. 고양이에게 나무는 행복한 안전지대인 것입니다.

나무위의 고양이

3. 모든 고양이가 높은 나무를 좋아한다?

저희 집에는 정원에서 산책하는 집냥이 셋과, 정원에 밥먹으로 오는 들냥이 여럿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높은 나무를 좋아하는 고양이는 두마리 뿐입니다. 재밌는 것은 그 둘은 아주 미끈한 날씬냥이라는 것입니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날파람이 있으려면 몸집부터 날씬해야 봅니다. 뚱냥이, 돼냥이들은 나무 타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원에 놓여있는 의자위, 큰 바위위 정도는 올라가줍니다.

나무를 타려면 발톱으로 나무를 꽉 잡고 몸을 위로 훌쩍 들어올려야 하는데, 그 작은 발톱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무리인가 봅니다. 고양이도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4. 고양이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아요?

혹 밖에서 높은 나무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시고 , 고양이가 내려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안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소리내어 부르면 고양이가 두려움을 느끼고 내려오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사람들의 불안이 담긴 목소리를 고양이도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내려가도 괜찮겠다고 마음 먹을때까지 나무에서 몇시간째 꼼짝않고 내려오지 않다가 사람들이 사라진 밤이 되면 스스로 내려오게 될 것입니다. 고양이를 믿으세요. 그들은 하나같이 김연아만큼 유연하며 심지어 현기증도 느끼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을 피해 급히 나무위로 몸을 숨기려고 도망간 새끼 고양이 같은 경우는 예외일수가 있습니다. 만약 주위에 엄마 고양이가 있으면 사람이 없는 경우, 나무에 올라가서 새끼 고양이를 물고 내려오거나, 엄마 고양이가 나무를 내려오는 시범을 보여주면서 새끼 고양이더러 따라 내려오게 합니다. 그런데, 주위에 엄마 고양이가 없고, 새끼 고양이가 혼자 나무위에서 울고 있을 경우, 도움을 필요로 할수도 있습니다. 사다리 같은 도구를 이용해 구해줘야 합니다.  

나무타는 고양이

실은 구구절절 늘여놓았지만, 실제로 고양이가 왜 그러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고양이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고양이는 그냥 그런 존재입니다. 그 자체로 귀여운 존재, 심장에 치명적인 존재, 집사를 부리고 사는 존재, 완벽한 존재입니다. 고양이가 왜 그러는지 굳이 알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 고양이를 모시면 됩니다. 세상의 모든 집사님들은 위대합니다! (무이네 소통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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